
몇 달 전만 해도 장을 볼 때 가장 먼저 들어가던 코너는 정육 코너였다.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장바구니 안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.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, 어느 날 냉장고를 열어보니 채소보다 가공식품이 더 많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게 시작이었다.
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. 일단 채소를 더 많이 사보자. 거창한 식단 계획도 없었고, 완전히 채식으로 바꿀 생각도 아니었다. 그냥 식탁 위에서 채소의 비율을 조금씩 늘려보자는 정도였다.
처음 장을 보러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채소 코너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었다.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채소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. 루콜라, 케일, 보라색 양배추, 작은 당근 같은 것들이다. 이전에는 샐러드 정도로만 생각했던 재료들이 사실은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.
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해본 건 복잡한 요리가 아니라 아주 단순한 조합이었다.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살짝 볶고 거기에 시금치와 버섯을 넣어 볶는 정도였다. 특별할 것 없는 메뉴였지만 이상하게도 식탁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. 음식이 가볍게 느껴졌고, 식사를 마친 뒤에도 부담이 적었다.
그 이후로 식탁 위 채소의 비율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. 볶음 요리에도 채소를 조금 더 넣고, 파스타에도 토마토와 허브를 추가하고, 가끔은 샐러드를 메인 메뉴처럼 먹기도 했다. 채소 중심 식단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선택의 반복에 가까웠다.
요즘은 장을 볼 때 채소 코너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문다. 계절마다 어떤 채소가 나오는지 보는 재미도 생겼고, 같은 재료라도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다. 생각해보면 식습관이라는 건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,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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